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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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로(銜蘆)를 찾아라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1-11-28 조회 1243

함로(銜蘆)를 찾아라,,,

 

수확이 끝난 텅빈 들녘에 그나마 푸른기가 돌던 김장밭이 줄어 들면서 농촌풍경이 삭막해 진다. 잎 떨궈 훤해진 숲속에 겨우살이 준비하는 새들의 작은 몸짓이 부산하고 나뭇가지를 울리는 바람소리가 겨울을 알린다.

그동안 일에 찌들어 왕래가 뜸했던 이웃들이 김장을 하느라 오가며 마을에 활기가 돌고 마을 버스 정류장에도 발길이 이어진다. 농한기로 접어드는 이맘때 농촌이 느슨해지는 정경이다.

초저녁 무렵 앞산에 초승달이 걸린 그림 같은 밤하늘에 기러기들이 ‘브이자’를 그리며 올해도 어김없이 남쪽으로 날아간다.

8년전 농촌으로 온 첫해 늦가을, 이사온지 몇일 안돼 ‘브이자’로 정연한 대오를 이루며 날아가는 수많은 기러기떼의 독특한 행렬이 궁금해 관련서적을 뒤져 본적이 있었다.

먼거리를 가는 기러기들이 힘을 덜 들이고 오래 날기 위해 양력(揚力)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맨 앞에 나는 기러기의 날갯짓으로 발생한 공기중의 양력(揚力), 즉 물체가 유체 속을 비행할 때 진행방향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이 날개 바깥쪽 공기를 위로 상승 시키는 양력의 원리대로 앞서 나는 기러기가 일으킨 상승기류의 힘을 빌어 바로 뒤에 나는 기러기들이 ‘브이자’로 열을 지어 날면 힘이 덜 들고 혼자 날 때 보다 비행거리가 70%이상 늘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러기의 비행대오를 살펴보면 늙은새와 어린새가 선두의 바로 뒤에 날고 가장 앞서 나는 기러기는 상대적으로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되므로 기러기들이 자주 선두자리를 바꿔가며 무리에 힘을 안배 하는것을 볼수 있다. 

만약에 기러기무리의 리더그룹이 길을 잘못 잡거나 선두에서 날갯짓이 힘들다고 뒤로 빠지면 무리는 방황하다 추락 하거나 힘의 안배가 부실해 내일을 알수 없는 생사의 기로에 놓일 것이 뻔하다.

얼마나 지혜로운가. 자신들이 속한 무리가 무사히 목적지에 갈수 있도록 끌어 주고 당겨주고 밀어주며 계절이 바뀌는 그 먼거리 를 넘나드는 기러기들의 행보가.

어느 기러기 한 무리가 가족일수도 국가 일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우리네 세상과 비유 한다면 무리의 길을 잡는 기러기는 경험이 풍부한 리더고 무리의 편안함을 위해 힘든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선두 그룹은 리더와 같이 무리를 선도 하는 지도층일 것이다. 무리는 말할것도 없이 국민이고.

뜬금없이 기러기 타령을 하는 것은 한자어로 안(雁)이라고 부르는 기러기에 얽힌 숱한 일화중에 우리에게 교훈을 줄수 있는 함로(銜蘆)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중국에서 전해진 말로 ‘기러기가 갈대를 물고 난다’는 뜻이다.

북쪽에 있는 기러기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양자강 남쪽으로 날아 오는데 이때는 잘먹지못해 비적말라  높이 날지만 봄이 되어 북쪽으로 돌아 갈때는 살이 쪄 높이 날지 못한다고 한다.
양자강 어부들이 이것을 보고 그물을 쳐 낮게 나는 기러기를 잡기 시작하자 기러기들이 그물 쳐놓은 것을 알기위해 갈대를 가로로 물고 날아 그물을 피해 갔다는 일화 인데 사실 여부를 떠나 양력을 이용 할줄 아는 영물이고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애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기러기의 지혜에서 나온 함로(銜蘆)는 후일 어려울때 위기를 극복할 묘책을 찾을때 빗대서 쓰이는 말로 시방 우리 사회에 딱 떨어지는 말이다. 작금의 혼란을 바로잡을 함로(銜蘆)는 없을까.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브이자’ 대오를 보고 함로(銜蘆)를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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