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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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일곱번재)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9-29 조회 2058
맑고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햇솜 뭉치 같은 구름들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한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고공비행을 하는 그 아래, 싱그러움이 퇴색한 풀밭에는 알낳을 자리를 찾아 다니는 사마귀가 어기적 거리고 야무져 보이는 통통한 메뚜기가 인적에 놀라 콩 튀듯 튀다 이마받이를 한다.

비오는 날로 점철된 막바지 여름이 어떻게 갔는줄도 모르는 사이 가을이다. 그래서인지 저 유유창천(悠悠蒼天)한 하늘을 보고 “하늘 한번 보세요. 구름이 신비롭다”고 지인들의 전화가 온다. 일기불순으로 심을 때 걱정을 했던 무우, 배춧잎이 밭이랑을 덮어 가고 콩꼬투리에살이 오른다.

지금 농촌은 벼베고, 고구마 캐고, 콩 털고, 들깨 터는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잠시 소강 상태라고나 할까, 추석 전 까지 종종걸음을 치던 이웃들이 조금은 느긋 하다.
 
오전에 오늘 안내면 연체료 붙는다는 아내의 성화에 각종 공과금고지서를 들고 나섰다. 전 같으면 창구에서 받아 줬는데 오늘은 공과금 자동 수납기를 이용하시란다. 할줄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줄을 섰고 차례가 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미적 거리는 데 뒷줄에서 ‘이래라 저래라’ 불평이 쏟아진다. 답답 했는지 뒤에 기다리던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기계가 자꾸 틀렸다고 고지서를 내 뱉는다.
 
결국 뒷사람들 눈치가 보여 다시 창구로 와 문의를 하는데 친절하게 코치를 하던 그 아저씨가 뒤따라와 열심히 경청을 한다. 알고 보니 이양반 역시 이용법을 모르는 분 아닌가. “아니 잘 하시는줄 알았는데,,,” “아 그냥 찢어 넣으면 되는 게 아닌가 봐유” 웃고 말았지만 이 무슨 망신인가.
 
나뿐만이 아니겠지만 월말에는 공과금 내기가 복잡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말일이 되어 서야 내는 고쳐야 할 버릇, 안 낼 것도 아니고 꼭 내야 될 거라면 조금 일찍 챙겨 느긋 하게 자동수납기 이용법도 숙지 하고 오늘 같은 망신도 안 당 했을 텐데,,,

엊그제 유소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개선한 우리에 어린 딸들, 이웃 소녀 같은 앳된 얼굴들이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통쾌함을 선사 했다. 이 대회 전 까지만 해도 우리 대부분은 솔직히 이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대표팀이 출전 하는 줄도 몰랐다. 이런 무관심 속에 세계의 막강한 축구강국과 기량을 겨뤄 월드컵 사상 처음 우승컵을 거머 줬으니 이건 기적 과도 같은 쾌거다.
성인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든 것 만으로도 자축을 했었는데,,, 미안할 따름이다.

이렇게 애들도 나가서 대한민국 태극기를 만방에 휘날리는데 우리네 어른들은 무엇을 하시는지, 특히 나라를 이끄시는 지도자급 어르신들이 청문회 한번 매끄럽게 넘어 가시는 분이 없으니 참으로 한심 합니다. ‘애들 한 테도 배울게 있다’는 옛말 그른 게 없습니다. 입으로만 애국하고 국민 찾지 마시고 수신제가(修身劑家) 합시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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