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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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여섯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9-15 조회 2154
얼마 만에 보는 햇빛 인가. 그 동안 늦더위에 시달리다 태풍이 세 번이나 지나가도록 해를 못 본 사이 어느새 완전 가을 빛이다. 파란 하늘에 고추 잠자리가 날고 누런 벼 이삭이 익어 가는 무게를 못 이겨 점점 고개를 떨군다.
한동안 침묵하던 매미와 풀벌레들이 소란스럽고 입을 다물었던 새들도 목청을 돋우는 등 날이 들자마자 주변이 제자리로 돌아 왔다.  

덩달아 마을도 바쁘다. 마을에 영농조합 법인이 설립 되면서 소득사업으로 착수한 고추장, 된장, 두부, 메주, 떡 등 전통식품을 제조 가공해 체험 겸 판매 할 수 있는 ‘식품공장’이 준공 된데다 추석맞이 대청소가 시작됐기 때문 이다.

몇 차례 공동 작업 덕에 여름내 농사 짓느라 일에 찌든 모습이지만 소원했던 이웃들의 만남이 잦아 지면서 마을에 생동감이 넘치고 웃지 못할 사건도 일어난다.

다음은 엊그제 마을 진입로 풀 깎기 공동작업 현장에서 있었던 해프닝 한 토막.
각자 예초기를 메고 정해진 구역에서 작업을 하다 잠시 쉬려 모인 자리에 막걸리와 음료수를 챙겨온 부녀회장께서 “어제 저녁에 동네 아무개 씨가 독사에 물려 시내 병원에서 치료가 안돼 서울 큰 병원으로 갔다는데 소식이 없다”며 한걱정을 하자 “뭐여 그런데 저기 아무개 씨 동생은 전혀 모르고 있잖아”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아무개 씨 동생 에게로 쏠린다.

막 음료수를 한 모금 넘기던 동생분 ”뭐여 우리형이 독사에 물려 병원에 갔다니 이게 무슨 날 벼락여”. 곧바로 핸드폰으로 형님집으로, 다른 형제들,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도 안받는다. “아니 다들 병원으로 갔는 가보네. 그런데 왜 저 동생만 모른댜 그래” 좌중에 긴장감 이 돌고 “이거 큰일 났구먼” “아이 그까짓 독사 물려 안 죽어 얼마 전에 누구는 독사가 손가락을 물고 안 떨어져 빙빙 돌리니까 떨어지드랴” “그래서 괜찮았남” “아 돼지비계로 막 문지르니까 조금 아프다 말드라는데 뭘, 괜찮어” “에이 그건 독사가 아니고 물뱀이나 율미긴 게비지” “아 평생 그 양반이 독사를 몰러 평생 촌에서 사셨는데”등등 풀깎다 말고 난리가 난 것이다.
 
이 와중에 아무개씨 동생분에게 전화가 왔다. “형이 독사에 물려 병원에 가셨다는데 당신 알고 있어, 어 그래서 그려 얼마나 놀랬는지 심장이 다 벌렁거리네”. 가슴을 쓸어 내린 동생분 “우리 마누라도 일하다 말고 애기 듣고 형님 집으로 달려갔는데 전화 사기랴” 순간 좌중이 배를 잡는다.
사연인즉 어제 저녁에 아무개 씨 연세 드신 친척 아주머니에게 “ 아무개 씨가 논에서 독사에 물려 청주에서는 가망이 없어 서울로 후송돼 수속을 밟는 중이니 빨리 돈을 보내라며 구좌번호를 알려 주더”라는 것이 와전된 것이다.
이제 전화 사기범(보이스 피칭)들이 하다 하다 안되니까 독사까지 끌어대는 것이다. 비록 사기범들의 유치한 마수에 걸려 들지는 않았지만 가족, 친지들이 사실을 확인 하는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는가.
“ 거 정말 죽일X들이네, 촌사람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이 예초기로 그냥 확,,,”.
속이고 속는 게 세상이다. 정신들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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