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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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 다섯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9-08 조회 2066
가을 날씨가 햇볕이 쨍 해야 곡식이 알차게 여물 텐데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니 마음도 심란해 일손이 안잡힌다.

이맘때 날씨 좋은날 이면 시골 노인분들이 뒷짐 지고 논두렁을 오가시면서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을 흝어 보시며 “아  베 잘 익는다. 이대로 가면 벳가마나 하겄어”하시며 흐믓해 하시던 모습이 가을 농촌의 빼놓을수 없는 정경이 었는데 날씨가 이모양이니,,,

아침나절 시내로 나가다가 지난 태풍으로 베가 엎친 이웃들을 만나 " 베가 엎쳤다는데 한가하게 있는냐"며 말을 건네자 "태풍이 또 온다는데 세우면 뭐하겄어  포기 할납니다". 조금 덜 먹으면 되지 괜히 헛힘 쓸것  없다는 것이다. 아주머니 들도 ”죽어라고 고추 땃어야 고추값은 그대로고 채소값은 금값이니 이대로 가면 김장때  말도 못할것 이라"면서 한 걱정이다.

농촌이라고 해서 모든 먹거리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야채도 사먹어야 되고 과일은 도시인들보다 더 못 챙긴다. '날씨 때문에  배추등 야채,과일값이 폭등 한다'고 연일 매스콤이 불어대는 것을 보면 김장때는 고사하고 당장 코앞에 닥친 추석이 걱정이다. 아주머니들의 근심 불안이 사실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쌀 걱정을 안하고 산다.   쌀이 모자라 학생들 도시락 검사를 하던때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고, 배고팠던 시절의 대명사인 보리밥은 건강을 챙기는 별식이 된지 오래다. 보리밭은 그림에서나 볼까 농촌에서도 보기 어렵다.

 백석지기’ ’천석지기’로 쌀농사가 척도가 돼 부자의 기준이 정해지고 곳간에 쌀가마가 쌓여야 마음을 놓던 시절은 먼 옛 애기다.  그만큼 쌀농사에 대한 재배기술이  발전 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밭농사는 대량재배를 위한 시설재배외에는 대부분 작물재배가 예나 지금이나 논농사보다 일이 곱절은 들어간다. 편리한 농자재와 효능 좋은 비료,농약등이 있어도 밭농사의 기본인 호미와 낫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 농촌은 주식인 쌀보다 부식인 밭작물에 비중을 더 두는데 올해는 밭농사가 흉년이니 농심은 우울 하다.

들에 나가야 그렇고 끼리끼리  나눠 마신 막걸리잔에 거나 해진 이웃들이 한마디씩 한다. ”뼈빠지게 일했어야 말짱 헛일여 공사판에서 일당받는게 훨씬 나” 자조의 넋두리가 막걸리잔이 더할수록 강도가 높아 지면 ”정치 한다는 것들 어디 농촌에 눈이나 돌려 좋은 자리는 지들이 다해 쳐먹고 이번도 봐  장관 인가 뭐신가가 지딸 뽑아놓고 들통이나 그만 뒀다메 어디 이것 뿐 이것어" " 뒤로 챙길건 다 챙기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은 잘하지 아직 멀었어 그러니 맨날 이모양이지" " 땅 파 먹어 가며 죽어라고 세금 내야 엉뚱한 것들 배 채우는데 다 들어가구, 살 맛 안난다. 어여 술이나 들어  술은 거짓말 안 하니께".

지당 하신 말씀 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것이 세상 이치거늘  이건 아랫물만 맑으라고 하니 어디  령(令)이 서겠는가. 일기가 불순 해서 인지 요즘은 새들도 입을 다물고  풀섶이 축축 해서인지 풀벌레도  조용 하다.

태풍은 또 온다는데 추석은 추썩추썩 닥아오고 정말 기분 우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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