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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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 네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9-02 조회 2065

요즘은 이웃들과 만나면 “비가 너무와 큰일이여 이맘때 볕이 좋아야 되는데 올 농사 틀렸어”로 대화가 시작된다. 연일비가 내리니 농작물이고 가축이고 간에 우중충한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고추밭에는 고추가 물러 떨어져 고랑을 빨갛게 덮을 정도이고, 그나마도 병이나 아예 수확을 포기한 이웃들도 많다.

또 참깨를 베어 말리다 미쳐 털지 못해 곰팡이가 나고 약초포지도 마찬가지다. 몇일 못 들어 갔더니 풀인지 약초밭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고 막 꽃 몽우리가 맺기 시작 하는 식용국화,구절초잎이 누렇고 거무튀튀 하게 변해 간다. 더구나 희귀식물들의 열매가 잦은 비에 여물지 못하고 썩는등 엉망이다. .

그뿐인가 애써 심은 김장 배추가 녹아 내리고 막 나기 시작 한 무 싹도 상태가 엉망 이다. 평생을 땅만 일군 소왈 농사의 달인 들도 다시 심을 준비하며 “옛말 그른 것 하나 없어, 농사는 하늘이 짓는겨 두고봐 올 김장값 만만치 않을 테니,,,”.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이 그냥 방치 되다시피 하는데다 밭이 질어 아직 심지도 못한 이웃들은 하늘만 쳐다 보며 애를 태운다.

우리도 그렇다. 지난봄에 잔뜩 심어 놓고 여름내 애호박 10개도 못 건진 호박들을 혹시나 하고 돌아 봤더니 예상 대로다. 이맘때 쯤이면 넝쿨속에 눌러 앉은 누런 호박덩이가 ‘흐믓 하시지요’할 텐데 수박만하게 크다가 썩어 문드러진 것들 뿐이다. 그렇게 비가 왔는데 호박인들 견디겠는가. 농작물들이 넝쿨과 잎만 무성하고 실속은 없다.더 딸게 없는 고추와 옥수수대등을 뽑아내고 날 들기만을 기다리는데 이번엔 태풍이 온다니 이래저래 걱정이다.

그동안 비 때문에 못한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 조바심만 나고 몇일 쉬었다고 리듬이 깨져 몸이 비둔한 것이 일할 때 보다 더 피곤 하고 힘이 든다. 풀은 왜 그렇게 잘 크는지,,,

이젠 그렇게 울던 매미소리도 뜸 하고 개구리는 입 다문지 오래다. 대신 갈수록 청아함을 더해 가는 귀뚜라미 소리가 밤을 밝히고 키만 훌쩍 하던 코스모스들이 곱게 단장한 얼굴들을 내밀고 바람에 한들 거리니 가을이다.

추석을 앞둔 요즘 예초기 소리가 하루 종일 나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조상을 추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라서 일 것이다. 봄에 논,밭가는 트랙터소리는 농사의 희망을 갖게 하고 이제 곧 들릴 벼 베는 콤바인 소리는 한해 농사를 마무리 하는 수확의 기쁨으로 들릴 것이다. 자연속에 어우러 지면 농기계소리도 소음으로 들리지 않으니 소리도 듣기 나름이다.

어제는 아버님의 네 번째 기일이 었다. 모처럼 가족들과 친척들이 자리를 같이하며 정담을 나누다가 아버님 말씀만 나오면 눈물들을 찍어 냈다.

돌아갈 때 아내가 ”이거 아주 순수한 유기농산물이니까 아껴서 들 드셔”제사 준비하면서 틈틈히 챙긴 고춧가루,참깨, 파등을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느라 바빴다. 값으로 따진다면 한봉지, 한단 얼마 안되는 것이지만 땀 흘리며 힘들인 정성이 묻어난 것들을 내놓는 아내의 순수한 표정과 농심이 고마울 따름이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구름이 짙어진다. 시시각각으로 태풍의 접근을 알리는 기상예보가 예사롭지 않다. 저녁나절 비닐 하우스도 단속 하고 밭고랑도 살펴보고 대비를 했지만 걱정이다.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랄뿐 인간이 몰려 오는 비바람을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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