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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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두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8-20 조회 2002

모처럼 날이 들어 한바퀴 돌면서 무너진 밭둑 정비하고 흙탕을 뒤집어쓴 작물들도 추 스리다 보니 힘이 든다. 한 이틀 비핑계 대고 푹 쉬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사람마음이 참 간사 하다. 자주 오는 비가 지긋지긋 하더니 햇볕 나고 더우니까 비 올 때가 그립다. 새벽녘의 선선함이 점점 차가워 져도 한낮은 여전히 푹푹 찐다. 인적이 끊기다 시 피한 농촌의 한낮, 사이렌 울리는 것 같은 말매미 소리가 가득 하고 한집건너 두 집 꼴로 있는 고추 건조기가 혼자 열심히 돌아간다.
지난 주말 처가에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다정한 얼굴들이 “ 얼굴은 탔어도 하나도 안 변했다” “건강미가 넘치고 완전 농사군 티가 난다”며 한마디 씩 건넨다. “겉만 그렇지 속은 골병 들었어 농촌생활 벌써 8년째여,,,”. 대답이 채 긑나기도 전에 “아이구 그러셔 농사 팔년에 골병 들면 나는 세상 떴다.” 칠십 평생을 농사만 지은 친척 한분 이 점잖게 한 말씀 하시면서 “엄살 떨지 말란”다.
하기 사 그분이 보는 나 김서방은 직장생활 잘 마치고 전원주택 짓고 텃밭이나 가꾸면서 말년에 여유롭게 신선놀음 하는 줄 알 것이다.
신선놀음! 이 소리 참  많이도 듣는다. 특히 동창생들, 사는 게 궁금 한지 가끔 찾아오는 이 친구들은 “공기 좋은 데서 간섭 안받고 건강하게 사니 이거 완전 신선놀음 이라”는 것이다. 빙그레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어디 한번 해봐라 신선인가 단 십분만 풀 한번 뽑아도,,, 착각 마시라 농촌은 절대로 별장이 아니다”.
아내도 친구들에게 똑 같은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전원생활을 하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거기다 덧붙여 “돈 걱정을 하나 집 걱정을 하나…”하면서 역시 신선이 따로 없다는 말을 꼭 듣는 다는 것이다. “맞아 우리는 굶어 죽어도 배터져 죽었다”는 소리 들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속은 쓰리다.
그래서 가끔 밭고랑이나 벌통부근에서 마주치는 녀석에게 묻는다. ”야 너도 내가 신선놀음 하는 것으로 보이냐” 물론 대답은 없다. 녀석은 두꺼비니까. 이 녀석을 소개 하면 지난해 봄부터 집 주변에 나타나 식구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서로 익숙해져 봐도 도망도 안 간다. 몇일 씩 안보이면 궁금한 녀석의 이름은 불쑥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도깨비 같다고 ‘두깨비’다.
농촌에 들어가 살더니 별 짓을 다한다고 할지는 몰라도 아내가 외출 하는 날 전화 한 통 안 오고 찾아 오는 사람도 없으면 한나절씩 말 한마디 못 할 때도 있다. 전화라도 걸면 되지 않느냐고 할 테지만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끝날 때 까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래서 세상에 재미 없고 낙이 없는 인간으로 보이는지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술을 안 먹으니 더 그렇다. 엊그제 만나 친구가 “소주 한 병정도의 주량만 되도 스트레스 덜 받고 살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우리는 술xx”이라고 공감을 하면서도 술 많이 먹는게 부럽지는않다.
다 타고난 체질이 있고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 불공평한게 세상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면 잘사는 것이다. 이치고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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