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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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한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8-12 조회 1882

입추(立秋)가 지나고 말복(末伏)도 지났다. 9월까지 늦더위가 있을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긴 하지만 더워야 얼마나 더 덥겠는가 올 여름도 이렇게 그럭저럭 가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가득한 매미와 풀벌레 소리가 짧은 생을 아쉬워하는 것 같고 길가에 강아지 풀색갈이 점점 엷어진다.

이제 농촌에서는 참깨 베고 들깨도 다 심고 일찍 파종한 김장 무 배추를 일주일후 쯤부터는 심기 시작 한다.

오늘 아침이다. 한참 약초 포지에서 작업을 하는데 ‘공무수행’ 팻말을 달은 차량이 황토 방 마당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공무원들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찾아온 적이 없기에 내려 갔더니 군 기획실장이다.

“오늘 새벽에 군수님이 궁현리를 다녀 오셔서 몇 가지 사항을 직접 정확히 파악 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 군수님이 몇 시에 여기를 다녀 가셨답니까” “ 아마 새벽5시쯤일 겁니다. 취임직후부터 새벽에 군내 마을을 혼자 다니면서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농촌생활 8년이 됐어도 군수가 예고 없이 혼자 새벽에 마을을 돌아보고 갔다는 애기는 듣도 보도 못했고 곧바로 간부급 공무원이 나오기도 처음이다.

이런 경우가 아닌, 군수가 마을을 방문할 때는 2~3일전에 마을에 통보가 되고 연일 공무원들이 드나들며 군수를 맞이하는 의전(?)을 점검 하느라 마을이 어 수선 해진다.

또 간부급 공무원들이 업무 수행차 마을을 올 때도 미리 통보를 하고 해당부서 계장급, 마을 담당 등 2~3명이 나오는데, 그것도 약속시간에 제대로 온적이 없어 이장 등 마을주민들이 기다리느라 하루 일을 설치기가 예사였다. 어느 때는 일방적으로 일정이 취소 되거나 연기되기도 했었다.

군수가 직접 마을을 돌아 보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할지는 몰라도 그게 아니다. 모든 행정이 서류보고 도장 찍는 탁상행정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확인행정으로 간다면, 그것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몸으로 보여 준다면 문제점해결에 시간과 경비가 절약되고 주민들에게도 ‘일하는 공무원’으로 각인 될 것이다.

역대로 숭앙 받는 임금들도 민심을 정확히 알고자 미행을 자주했다. ‘이종윤’청원군수의 새벽미행(微行), 정치논리로 식상하게 하는 일부 지자체장들이 본 받아야할 대목이다. 천심인 민심을 제대로 알아야 일 잘하는, 존경받는 수장(首長)이 될수 있다.

태풍의 끝이라서인지 바람이 더 시원하고 벗어진 구름사이로 하늘이 파란 속살을 내 비친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기나 한 듯 며칠 뜸 했던 연막소독차량이 굉음을 내며 연무를 뿜어내고 저녁 잠자리를 찾는 새들의 부산함에 숲이 소란하다. 옅은 구름사이로 너머 가는 황금빛 석양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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