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칼럼

홈으로 이동>마을소식>연꽃마을칼럼
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번째)
작성자 비봉 이메일 bioplant21@hanmail.net
등록일 2010-08-04 조회 2189

지금 농촌은 고추 따기가 한창이다. 우리야 일찌감치 풋 마름병에 걸려 고추 밭이 결단이 나 따고 자시고 할 것 도 없지만 이웃들은 열심이다. 고추를 한번이라도 따봤다면 그 일이 얼마나 힘이 들고 어려운지 알 것이다.
우선 고추는 수확기가 여름 한가운데 삼복기간 이다. 고추 밭에 들어가 단10분만 있어도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돼 후줄 근 해지고 올라오는 지열에 숨이 막힌다. 또 고추는 잘 따지지도 않고 전지가위 등 일반 과일같이 따는 도구도 없다.

오직 손으로 꼭지를 비틀어 따는데 안 따진다고 세게 비틀거나 잡아 당기면 가지가 찢어 지거나 꼭지가 빠져 농산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그래서 고추 따는 일은 힘보다 섬세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여성들이 맡아 한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더운 날씨로 작업시간은 아침저녁으로 한정 돼 있는데다 풀 뽑는 건 기본이고 고추 따면서 참깨 베야지, 막 땅 내 맡기 시작한 들깨 비료 줘야지, 콩 순 쳐야지, 벼 이삭 거름 줘야지 등등 일에 파 묻혀 너나없이 사람 꼴 또한 후즐근한 것이 말이 아니다.

가끔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다. “여름 휴가 갔다 왔느냐”고.  “ 아 이사람 아 공기 좋고 환경 좋은 여기를 두고 어디로 휴가를 가나” 여름휴가, 잊은 지 오래다.
휴가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막히고, 해수욕장과 계곡에 인파가 어떻고,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이 심하다 등은 다른 세상 애기다. 이웃들도 “휴가 는 팔자 좋은 사람들 애기”라며 냉소를 짓는다.

오늘 아침에 오가다 잠깐 만난 동갑내기 이웃이 ”일어나자 마자 논에 물 보러 갔더니 누가 양수기를 뜯어 갔어 몇 푼 한다고 그걸 가져가 그래,,,”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훔쳐갈게 없어 뼈빠지게 일하는 농촌에서, 그것도 당장 없으면 농사에 지장을 주는 양수기를 파이프째 잘라가 그래 천벌을 받을 인간” 등 육두문자를 섞어 가며 열을 올렸더니  ”그만 햐  가져간 사람도 다 필요 해서 가져 갔을 테지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맘이 편햐” 이 양반 속도 좋다. “양수기야 다시 달면 돼지만 그걸 달려면 오늘 한나절 그냥 지나잖어,,,” 아까운것은 양수기가 아니라 일할 시간 인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한창 농번기인 요즘 농촌에 크고 작은 도난사건이 빈발한다. 도둑들이 일 나간 빈 집을 용하게 알고 털어 가는 것이다. 세워둔 트랙터 부품부터 출하 앞두고 쌓놓은 감자박스에 심지어는 묶어둔 개까지 가져간다.
한번 상상을 해 보시라 죽게 일하고 집에 왔는데 도둑 맞은 심정을, 그래도 웬만해서는 신고도 안하고 액땜한 셈 치는 게 농촌의 인심이다. 

농촌사정을 잘 알고 그것을 노리는 도둑들, 농민들 마음 아프게 하면 천벌 을 받는다. 에라 이 치사한 ‘민나도로보”들,,,
하기사 세상은 공평치가 않다. 다 똑 같이 편히 잘 살면 그게 어디 세상인가 천당이지.


 

첨부
다음글 세상만사 순리대로(일흔한번째)
이전글 세상만사 순리대로(예순 아홉번째)